
한국디지털경제신문 우혜진 기자 | 디지털 금융시장의 차세대 성장 축으로 주목받는 토큰증권(Security Token)의 법제화가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실전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권은 토큰증권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협력과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증권보다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디지털 증권으로, 부동산·미술품·지적재산권 등 전통적으로 투자 접근이 어려웠던 자산을 쉽게 분할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안정적인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제도권 안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마련됐지만, 정치적 변수로 처리가 지연돼 왔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논의는 마무리된 상태로, 여야 모두 혁신 금융으로서 토큰증권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선 이후 빠른 처리가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실물 자산과 연계된 안전성이 부각되며 디지털 자산 중 정치권의 이견이 가장 적다"며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속도감 있게 제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토큰증권 실전 도입을 위한 사업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STO 전문기업 바이셀스탠다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가 미술품·선박·IP 등 다양한 자산의 토큰화와 상품 구조화, 시장 확대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이미 여러 실물 자산을 STO 형태로 상품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함께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결성, 토큰증권 발행·유통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도 블록체인글로벌과 함께 ‘펄스(PULSE)’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케이뱅크·조각투자 플랫폼 펀블 등과 STO 비전 그룹을 결성했고, KB증권도 IT기업·조각투자사와 함께 'ST 오너스'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대신증권은 업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2023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인수하며 STO 시장 대비에 나서 주목받았다.
법제화가 완료되면 단기적으로 부동산, 미술품, 원자재 등 실물자산 기반의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주식·채권 등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증권화'가 본격화되며 자본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스마트계약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자동화된 거래가 가능하고, 중개기관 없이도 안정적 거래가 이뤄져 거래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금융·IT 융합의 결정체로, 디지털 금융혁신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제도화 이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