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우혜진 기자 |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 끝에 이 같은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가 금지되어 있지만, 글로벌 시장 흐름과 업계 요구를 반영해 정책 방향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위험을 우려해 현물 ETF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는 당의 요구와 글로벌 ETF 도입 사례를 고려해, 인프라 및 법적 정비를 전제로 현물 ETF 허용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국제 동향을 살펴보고, 현물 ETF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보완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과 홍콩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으며, 관련 선물·옵션 상품도 활발히 거래 중이다. 국내에서 현물 ETF가 도입되면 금융회사들도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어 기관 및 법인의 시장 참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부터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되고, 하반기에는 상장사 2,500개와 전문투자법인 1,000개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해진다. 현물 ETF까지 도입되면 법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과 활성화를 위해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라며 “비영리법인·상장법인의 시장 참여 가이드라인,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금세탁 방지 대책도 강화된다. 정부는 은행의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 확인 절차를 엄격히 하고,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자 공시 의무 강화 등 추가적인 규제 장치도 논의되고 있다.
당정은 금융감독원,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내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불법 자금세탁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보완되면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있었다”며 “제도 정비 후 해외 자금 유입을 촉진해 글로벌 시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입법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포함해 토큰증권(STO)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한때 국내 증권시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국제 흐름에 맞춰 과도한 규제와 방임 사이의 균형을 찾고,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일부 거래소들의 책임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자금세탁 우려에도 고객 확인 절차 없이 거래를 방치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거래소들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코빗·두나무·빗썸·코인원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정과 업계의 소통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안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