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디지털경제신문 우혜진 기자 | 미국 상원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 규제 입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며,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적 틀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지니어스(GENESIS) 법안’으로 불리는 이번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시간 17일,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는 해당 법안이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통과됐다. 초당적 지지 속에서 통과된 이번 법안은 지난 1월 이민 단속 법안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상원에서 여야 협력 하에 처리된 주요 입법이다. 민주당에서는 18명의 의원이 찬성에 동참했으며, 공화당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나왔다.
해당 법안은 이제 하원으로 넘어가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미국 금융패권 수단으로 주목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나 유로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특히 빠른 결제와 낮은 수수료로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금융에서 미 달러화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 수단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담보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 및 소비자 보호 조항을 명문화함으로써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초점을 뒀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이 단순 규제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을 정식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은 이날 표결에 앞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30년까지 3조7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법안은 그 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가문 투자로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
하지만 이번 법안을 둘러싼 논란도 존재한다. 특히 의회 의원과 그 가족의 스테이블코인 투자 이익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반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은 예외 대상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직접 가상자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이해충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는 지난해 9월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설립하고,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을 출시한 바 있다. 또 ‘트럼프 밈 코인’도 발행하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 법안은 트럼프 부패를 위한 슈퍼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은 하락세…중동 긴장 여파
한편, 법안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8시 48분 현재, 대표 가상자산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05% 하락한 10만4,603달러에 거래됐다.